34개월 아이 언어발달 – 멀티링구얼 #언어발달 #멀티링구얼 #34개월
아이들의 성장은 옆에서 지켜보면 볼수록 신비스럽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한 것은 아이들의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이다.
특별히 언어를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따라하고 자기 나름대로 응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워간다. (어른들이 참 많이 배워야할 점….)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만큼 아이의 언어도 급격히 발달하고 있다.
무심코 그냥 지나가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한 달씩 아이의 언어 발달 과정을 블로그로 쓰면서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도 우리 아이의 34개월의 언어 발달 특징을 정리해본다.
34개월의 언어 발달 그 첫째: 논리적으로 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34개월 아이의 언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논리적인 문장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고 말하는 문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10개가 넘는 기차를 연결해서 달리게 하더니 기차가 가다가 쓰러진 것을 보고는 “기차가 너무 길어서 넘어졌잖아.” 라며 기차가 넘어진 원인과 그 결과를 설명한다.
차가운 과일을 먹으면서 “이거 차가워. 냉장고에 있었어?” 라고 묻거나 “냉장고 있으면 차가워. 냉장고 안 있으면 안 차가워.” 라며 원인과 결과를 말한다.
“<친구이름>군이 떨어진거 주워먹어서 혼나서 삐졌어.” 라며 어린이집 친구의 에피소드도 이야기해준다. ㅋㅋㅋ
하루는 내가 머리가 아파서 아침에 아이를 챙겨주지 못해 아빠와 둘이 준비해서 어린이집에 간 적이 있다.
그 다음날에는 아빠가 머리가 아파서 나와 둘이 준비해서 어린이집에 갔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에 “저번엔 엄마가 머리 아프고 저번엔 아빠가 머리 아팠잖아. 오늘은 <아들이름>가 머리 아파서 누워 있을거야.” 라고 하는 아들.
뭔가 순서로 봐서는 자기가 아플 차례라고 생각한건가?
이전에는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쳤는데 이제는 그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까지 생각을 확장하게 된 것 같다.
34개월의 언어 발달 그 둘째: 이유도 늘고 핑계도 늘었다
논리적으로 말한다고 느끼는 또 다른 근거는 자기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티라노는 12미터야.” 라고 설명을 했다면 이제는 “티라노는 머리가 커서 12미터야.” 이런식으로 나름의 이유를 덧붙여서 말한다.
한창 더울 때 주차장에서 풀장에 물을 받아놓고 놀게 했는데 이제 나오라고 했더니 “물총 이것만 다하고 이거 정리하고 나갈게. 많이 있잖아.” 라며 지금 나가지 않는 이유, 나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래 조금 더 놀다 나와 라고 말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ㅋㅋ
요즘은 내 눈만 마주치면 놀자는 아이. “엄마 놀자.”를 입에 달고 다닌다.ㅎㅎㅎ
언제까지 맨날 놀자 놀자 노래를 부를까 싶지만 지나고 나면 놀아달라고 할 때가 그립겠지 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놀아주려고 한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이제는 “아빠 없으니깐 엄마랑 놀자.” 라며 이유도 말하면서 놀자는 아이. “그, 그래…”
물론 이유가 늘 논리적인 것은 아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댈 때도 많다.
제일 많이 하는 말도 안되는 이유는 “냄새 맡은거야!” 다.
전혀 냄새 맡는 상황도 아닌데 혼날 것 같은 행동을 하고 나한테 한소리 들으면 일단 이유를 대고 본다. ㅋㅋㅋ
핑계같은 이유도 많아졌다.
만 3살도 되기전에 이렇게 핑계가 많으면 앞으로는 어떨지…………….
34개월의 언어 발달 그 셋째: 이야기 도중에 질문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봤던 영화나 동영상의 스토리를 시도때도없이 이야기 해달라는 아이.
“엄마 놀자” 다음으로 “엄마 이야기 해줘”가 아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일 것이다.
콩순이랑 친구들이 아기 안킬로사우루스를 도와주는 스토리의 동영상을 좋아해서 평소에도 그 이야기를 해달라고 할 때가 많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콩순이랑 친구들을 도와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도와주는 이유가 있다.
이야기를 해주다가 혹시나 해서 “티라노가 콩순이 왜 도와줬어?” 라고 물어보니 콩순이가 티라노 발에서 가시를 빼줬다고 정확하게 이유를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아이도 아는 이야기를 해줄 때 한번씩 앞뒤의 스토리를 질문하면 그 때마다 맞게 대답한다.
책을 읽어주면서도 “이 아이는 지금 화가 많이 났데. <아들이름>는 언제 화나?”를 물으면 자기가 언제 화가 나는지를 이야기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다렸는데 이제 드디어 그게 가능해지려고 하는 것 같다.
34개월의 언어 발달 그 넷째: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지어낸다
없는 이야기를 마치 있었던 일처럼 천연덕스럽게 말할 때가 종종 있다.
“할머니가 오바케(유령)봐서 깜짝 놀랐어.”
그 밖에도 많았는데 구체적인 예가 기억이 안난다. 흑…
그런 걸 보면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 모든 걸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나이때 아이들이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은 거짓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만들어 내는 이야기일 뿐이다.
34개월의 언어 발달 그 다섯째: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어서 답답해한다
34개월이 되면서 말을 하다가 짜증을 내는 상황이 많아진 것을 느낀다.
그냥 아이가 짜증내는거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이가 갑자기 삐지거나 우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집에서도 그러냐고 물어본 것을 계기로 관찰을 해봤다.
아무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을 다 표현할 능력이 안되고 상대방이 자기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해서 답답해 한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의 발음이 정확한게 아니라 무슨 말을 했을 때 내가 못 알아들어주면 몇 번을 반복해서 말하다가 어느새 목소리에 짜증이 섞이면서 눈물까지 그렁거릴 때가 있다.
전에는 “소리지르지마. 왜 그런걸로 화를 내!” 라며 나도 기분이 안 좋게 아이를 대했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얼마나 답답할까를 생각해본 후부터는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엄마가 말 잘 못알아들어서 속상하지? 미안해. 엄마가 아직 <아들이름>가 하는 말 못 알아들을 때도 있어. <아들이름>가 이해해줘.”
그러면 아들은 속상하지? 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짜증모드에서 누그러지는게 보인다.
어린이집에서도 그런 상황이 생기는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물론 아이들끼리 신경전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되서 삐져서 우는 경우도 많을 거라고 상상해본다.ㅎㅎㅎ
영어 책을 꺼내와서는 읽고 싶은데 말 할 줄 아는 단어가 몇 개 없어서 답답해보일 때도 있다.
가끔 한번씩 아는 단어를 말해보곤 하지만 꼬물거리는 입술이 머리로는 아는데 말을 못하는 상황임을 잘 알려준다.
상황극 놀이를 할 때 내가 맡은 역할의 대사를 “xxx 라고 해봐.” 라며 한마디 한마디 지시한다. (꼭 그대로 말해야한다. 흑..)
누가 보면 희한한 상황이겠지만 그 때 아들은 한국어로 말하고 나는 똑같은 대사를 영어로 말한다.
가끔 내가 한국어로 말하면 아들이 그거 말고~ 라며 요구한다.
영어로 말하라는 건가? 라고 생각하고 영어로 말하면 그게 맞는지 다음 대사로 넘어간다.
아들이 이미 알고 있는 한국어로 나에게 지시를 하고 내가 똑같은 뜻의 영어를 말해주면 아이가 듣고 배우는게 느껴진다.
이제 한달만 있으면 만 세살이 되는 아이. 앞으로는 또 어떤 폭풍 성장을 보여줄지. ^^
다른 개월수의 언어발달은 이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