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그림책 번역가가 될 수 있나요?

그림책 번역에 흥미가 생기기까지

많은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내가 그림책에 관심이 생긴 건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이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그림책을 찾으면서 그림책들에 흥미가 생겼다.

지금은 그림책 큐레이션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다.

우리 아들의 경우는 태어나면서부터 3개국어로 키우고 있기에 책도 3개국어로 읽어주고 있다.

덕분에 더 다양한 그림책들을 접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당연한 이야기 인지도 모르지만 각 나라마다, 언어마다 그림책의 분위기가 다른다. 뭐라고 정확히 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인지 나는 번역본보다는 원래의 작가의 언어로 된 그림책을 더 선호한다. (그림책 뿐만 아니라 일반책도 마찬가지다.)

일본책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읽어주기 때문에 집에서는 굳이 읽어주진 않지만 일본에 살다보니 도서관에 가면 일본책을 빌려오게 된다.

그 중에서 괜찮은 책들은 번역판이 있나 찾아보고 한글책이나 영어책으로 다시 사주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책장에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의 책들이 섞여 있다.

책의 언어로만 읽어달라고 하면 문제가 없는데, 우리 아들의 경우는 책의 언어와는 상관없이, 아빠에게는 한국어, 엄마에게는 영어로 읽어달라고 한다.

한국책을 내밀면서 “영어로!”라고 요구하기에 나는 본의아니게 동시 번역을 하면서 읽어줘야할 때가 많다.

그런 일상을 반복하면서 그림책을 번역하면 많은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소개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번역 연습해보기

비즈니스 관련된 번역은 현재도 하고 있지만 아이들 그림책 번역은 또 다른 세상인 것 같다.

그림책은 글밥이 적어서 번역이 쉬워보이지만, 사실 글이 적어서 더 어렵다.

얼마 안되는 글로 원래의 느낌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번역가가 되는지를 모르니 일단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그림책의 느낌을 살리려면 한 줄을 번역하더라도 쓰고 고치고를 반복해야했다.

아이 책 중에서 아직 한글 번역본이 없는 책으로 골라봤다.

나의 첫 번역 연습으로 선택한 책은 Laura Numeroff의 <If You Give A Cat A Cupcake>이다.

<If You Give A Mouse A Cookie>를 시작으로 <If You Give A…>시리즈의 그림책이 줄줄이 나왔다.

그 중 몇권은 이미 한글 번역본도 있다.

예를 들어 <If You Give A Mouse A Cookie>는 <꼬마 생쥐에게 과자를 주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번역본의 제목을 보고 너무 실망했다.

이 그림책에서는 만약에 생쥐에게 과자를 준다면… 이라는 아이의 상상을 시작으로 정말 말도 안되는 사건들이 일어난다.

말도 안되는 사건이지만 엉뚱하고 기발하다.

아이들의 상상만으로 가능한 스토리이다.

그런데 <꼬마 생쥐에게 과자를 주지 마세요>라는 제목은 일단 부정적인 느낌이었다.

꼬마 생쥐에게 과자를 주면 꼭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랄까?

원본 책과 번역본 책은 그 내용이 느낌이 많이 달랐다.

원본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꼬마 생쥐에게 과자를 주면 안된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번역본도 그냥 ‘만약’의 느낌을 그대로 남겼다면 좋았을 걸 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번째로 번역을 도전하는 책은 <고녀석 맛있겠다>의 저자 미야니시 타츠야의 다른 책 「ヘビくんどうなったとおもう?」이었다.

앞으로도 아직 번역이 되지 않은 그림책들을 찾아서 연습을 해봐야겠다.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기

그림책을 번역하려면 일단 그림책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책 큐레이터 양성 과정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어서 수강도 했다.

코로나 시대 덕분에 Zoom으로 하는 강의를 도쿄에서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림책을 나름 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좋은 그림책이 너무도 많음을 알게 된 게기가 되었다.

내가 그동안 알았던 그림책들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나는 요즘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나 혼자 도서관에 가서 아이가 볼 그림책이 아닌 내가 볼 그림책을 골라오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림책 큐레이터 양성 과정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북큐레이터협회의 싸이트에 가보시길 바란다.

http://bookq.org/

 

어떻게 하면 그림책 번역가가 될 수 있을까?

이 블로그의 제목을 “어떻게 하면 그림책 번역가가 될 수 있나요?” 라고 썼기에 혹자는 내가 그림책 번역가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줄 착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죄송하다.

이 질문은 순전히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그림책 번역가가 되려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하는걸까?

번역을 취미로 조금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해온 나에게 전문 번역가가 되는 기회는 과연 오기나 할까?

번역 학교를 다니고 어떤 단체에 소속 되어야 기회가 생기는걸까?

번역한 카피를 무작정 그림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에게 보내면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주는 경우도 있을까?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모르는 실타래이지만 일단은 그림책과 친하게 지내면서 번역의 기회를 노려볼까한다.

출판사 관련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우리랑 책을 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 (말도 안되는 망상이지만.)

내가 앞으로 해야할 일은 번역이 되지 않은 좋은 책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꾸준히 그림책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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