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없는 육아

우리부부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TV를 버렸다.

아이가 없었을때만해도 깨어있는 동안은 TV는 항상 ON이었던것 같다.

회사를 다녀오면 습관적으로 TV를 켰고, 밥을 먹을때도 버라이어티 방송을 보면서 식사를 했던것 같다.

TV를 보면 대화가 없어진다고 하는데 워낙 대화가 많은 우리 부부는 TV를 보면서도 대화는 했지만 주제는 거의 등장인물이나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다.

 

아이가 이제 22개월이니 우리는 TV없이 산지 22개월이 되어간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아이가 태어나고 친정엄마가 와서 도와주신 3개월은 친정엄마가 심심하실까봐 TV를 놔두었으니, TV없이 산지는 19개월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육아에서 TV 빼버린것은 가장 잘한 선택중에 하나라고 나도 남편도 동의한다.

TV없이는 못 살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행복한 육아를 위해서는 TV 빠져야 한다고 믿는지에 대해서 공유해보려 한다.

 


TV없는 생활 하루아침에 적응이 가능한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는 하루아침에 TV를 버렸다.

어제까지는 TV를 주구장창 보았는데 오늘부터는 TV가 없어진 것이다.

너무 한번에 없애면 적응하기 힘드니 거실에서 치워 버린다던지 TV노출을 줄이거나 천천히 적응하는 방법을 택하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는 의지가 약한 자신들의 주제를 잘 파악하고 아예 유혹을 제로로 하기 위해 과감하게 없애버리는 선택을 했다. 집중해서 보지는 않더라도 TV가 늘 틀어져 있다면 눈이 갈 것이고, 나도 모르게 TV를 보고 있게 될것이 분명하기에.

그당시 나는 육아 휴직 중이었고, TV가 없어서 가장 영향을 받은 사람은 늘 집에 있는 나와 우리 아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TV가 없어진 첫날부터 전혀 불편하지가 않았다.

켜 놓으면 계속 보게되던 TV가 눈앞에서 사라지니 다른 할것들이 생겼다. 아이와 유부트로 노래를 듣고 (영상은 보지 않는것이 중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아이와의 시간을 즐겼다.

TV가 없어지니 가장 크게 느낀건 TV 없는 생활이 얼마나 조용한지이다. 남편이 TV가 없어지고 가장 힘들어하는점도 이 점이다. 그래서 남편은 지금도 꼭 음악이나 무언가를 BGM으로 틀어야한다. 하지만 난 배경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도 나름 괜찮았다.

나보다 더 TV를 좋아하는 남편이 처음에는 조금 불편한듯 했지만, 워낙 유투브도 애청하는 사람이고 언젠가부터는 인터넷 컨텐츠를 TV로 연결해서 보는게 더 많았던지라 핸드폰의 작은 화면으로 봐야된다는 불편함이 조금 생겼을 뿐이다.

 


TV없이 살면 세상 돌아가는것 몰라서 왕따되지 않는지?

TV를 끊었다고 바깥세상이랑 끊었다는 점은 아니라는것.

이제는 TV 하나의 매체일 뿐이지, 정보나 컨텐츠를 보려면 TV말고도 얼마든지 수단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원하면 Netflix같은 앱으로 보고싶은 드라마도 본다. (앱으로 보는 드라마는 블랙홀이지만….. ㅋㅋㅋㅋ)

또한 유투브나 인터넷 검색으로 원하는 정보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방법에서 읽은 내용인데 TV뉴스는 절대 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TV뉴스는 자극적이고 반복적이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고.

TV를 없애면서 우리 부부가 원했던 것은 아이가 어렸을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 그냥 아무생각없이 TV 켜고 무작정 TV 보는 행위를 없애는 이었다.

아이가 잠들고 어른들만의 시간에는 핸드폰이나 테블릿은 자유롭게 쓴다.

TV를 눈앞에 두고도 그게 가능하다면 구지 TV를 없앨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너무 잘 알기에… ㅋ

 

TV 사라지고 알게되었지만 TV에서 얻는 정보는 그닥 많지 않다는것.

TV를 못 보면 요새 유행하는 코메디언이 누구고, 어떤 유행어가 돌고 있는지 정도는 모르더라도,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아이가 조금 크면, 또래가 아는것을 내가 모르면 왕따 당하는 나이가 온다.

그 나이때가 오면 방법을 생각하겠지만, 그때는 우리 아이들 세대는 더이상 그런 정보를 얻는 수단이 TV가 아닐 수 있다.

 


TV없이 사는 장점은?

부부 대화의 시간이 많아진다

행복한 육아의 가장 기본은 부부간의 많은 대화다.

TV가 집에서 사라지고 대화없이 TV화면만 바라보는 시간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부부간의 대화가 많아졌다.

물론 버라이어트 방송을 틀어놓고 식사할때도 있지만 핸드폰의 작은 화면으로 불편하게 보다보면 TV처럼 계속 보고 있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면 자연스레 음악을 틀게 되고, 좋은 음악을 BGM으로 식탁에 앉아서 육아에 대해서 이것 저것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TV중심의 인테리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거실에 TV를 놓게 되면 배선을 고려해야하기에 TV를 가장 먼저 배치하고 거기에 맞추어서 다른 가구들도 배치하게 된다.

소파는 자연스레 TV를 향하는 배치가 되어 버린다.

TV가 없으면 소파를 마주보고 배치할 수 있어서 대화할 수 있는 레이아웃으로 소파를 배치하는것이 가능해진다.

TV중심의 인테리어에서 자유로워졌다.

우리집에는 또 하나 없는것이 있다. 바로 소파다. ㅋㅋㅋ TV도 소파도 없으니 인테리어가 얼마나 쉬워졌는지 상상 그 이상이다!!

 

아이에게 TV를 켜주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알것이다.

TV나 유투브 동영상을 아이에게 틀어주면 육아가 얼마나 편해지는지. 떼쓰던 아이가 조용해지고 평화가 한순간에 찾아온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이가 어릴때 디지털 매체에 너무 많이 노출시키는것이 안좋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보여줬을때 우리의 몸이 얼마나 편해지는지도 알고 있어서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TV를 없애도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여주고 싶은 유혹은 남는다.

하지만 TV를 없앰으로써 한가지 유혹은 없애는것이 된다. 눈앞에 TV가 있다면 엄마인 우리는 정말 단 10분의 휴식을 위해서 TV를 틀어주는 유혹에 넘어갈것이다. 아빠들은 더 쉽게 TV를 틀어버릴지도 모른다. ㅋ

핸드폰은 아이 눈에 안띄는 곳에 감출 있지만, 눈앞에 보이는 TV 감추기가 힘들다.

 

멀티링구얼로 아이로 키울때 노출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모든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장점은 아니지만, 노출 언어를 선택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아이를 멀티링구얼로 키우기로 결심하면서 집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만 쓰기로 했기 때문에 TV를 켜면 자연스레 로컬 언어인 일어를 아이가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문제도 생겼을 것이다.

 


TV없이 사는 단점은?

장점은 술술 써내려갔는데 단점을 쓰려하니 별로 생각이 안난다.

그동안 TV가 없으면서 불편하다고 생각했던적은 남편이 가끔 월드컵 같은 축구경기를 보고 싶은데 못볼때 정도였다.

어느 정도 아이가 크면 TV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른 아이들이 보는 TV방송의 캐릭터를 모르거나 유행하는 연예인을 모르면 왕따 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22개월인 우리아이가 그 나이쯤이 되었을때는 그런 정보들을 얻는 매체가 더이상 TV가 아닐 수 있다.

지금은 TV가 없지만 평생 TV를 안 들이겠다는것도 아니다. 언젠가 필요해지면 다시 TV가 우리집으로 오는 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기에 우리는 당분간은 TV없는 육아를 계속할 것이다.

 

아, 가끔 부모님이 한번씩 집에 오시면 많이 심심해 하신다. ^^;;;

 


TV 없애고 프로젝터를 들였다영상을 보는 시간이 특별해졌다

TV 잘가, 프로젝터 어서와~

TV대신 생긴것이 있다. 바로 프로젝터다.

전부터 프로젝터를 사고 싶어하던 남편.

TV를 없애면서 프로젝터를 이것저것 검토했지만 실제로 프로젝터를 사기까지는 일년이 넘게 걸렸다.

일단 내가 육아에 몸이 치져 있었기에 프로젝터로 고급지게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1도 없었다. ㅋㅋ

그러다가 아이가 크면서 평소에 TV 보지 않는 아이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서 프로젝터를 설치했다.

TV없는 육아를 하는 가족들이 프로젝터를 사는 경우를 많이 본다. 아이와 함께 보기 위해 프로젝터를 생각하고 있다면 너무 싼것보다는 어느 정도는 투자 하는것이 좋다고 본다. 일단 아이의 눈을 생각해서 화질이 선명하고 좋은 프로젝터를 추천하는데, 그럴수록 가격이 조금 올라간다. 그래도 TV보다는 훨씬 싸다는점!

또 볼때마다 꺼내서 설치하는것보다는 프로젝터를 천정같은 곳에 고정시켜 놓는것을 추천한다.

볼때마다 프로젝터를 꺼내오고, 스크린을 설치하고, 거리 맞추고, 각도 맞추고… 쓰면서도 벌써 영화가 안보고 싶어 진다. -_-;;;

프로젝터로 영상을 보기까지의 수고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안보게 된다.

남편에게 처음부터 프로젝터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언제든지 보고 싶으면 쉽게 볼 수 있게 하는것이었다. 물론 TV 리모컨으로 TV를 켜는것보다는 어렵다는 점이 포인트!

평소에는 스크린이 천정에 말려 있기에 아이는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영상보는 시간을 일상에서 특별한 시간으로 바꾸는 방법

우리 가족은 토요일 저녁이 Movie Night이다.

팝콘까지 튀겨서 각자의 소파에 기대 앉아서 깜깜하게 하고 제대로 영화를 즐긴다.

아직은 그 시간에 보는 영화는 아들을 위한 디즈니 영화 위주지만 앞으로는 같이 보고싶은 다른 장르의 영화도 보게 되겠지?

아들에게 프로젝터로 처음 보여준 영화는 디즈니의 라이온킹이었다.

TV를 안보는 대신 테블릿으로는 가끔 영상을 보여주는데 평소에 라이온킹 시작부분의 영상을 테블릿으로 즐겨보던 아들이 대형 화면으로 라이온킹을 처음 봤을때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너무 신기해하고 어쩔줄 모르며 좋아해하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동영상으로도 남겨놓았지만 그 모습은 다시봐도 감동이다.

처음에는 집중력이 적어서 10분정도씩 보여줬는데 이제는 놔두면 한시간은 거뜬히 본다.

아직은 어리기에 아무리 길게봐도 30분에 끊고 그 다음은 한주 후에 연결해서 본다.

매번 다른 영화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우리집은 라이온킹, 토이스토리1, 몬스터 주식회사 이 3개의 영화로 계속 돌려보고 있는데 아들은 볼때마다 너무 빠져들고 좋아한다.

언제나 있는것이 아닌 일주일에 한번 있는 이벤트이기에 특별하고 소중하다.  

주중에 아들이 팝콘을 외치며 스크린쪽 벽을 가리키며 영화를 보고 싶다고 어필할때가 있다. 그러면 영화는 아빠랑 주말에 보는거야, 몇일만 기다리자~ 라고 말해준다.

아이에게 어떤 시간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프로젝터를 산 덕분에 남편은 가끔 엄청 대형 화면으로 축구 게임을 하는 사치?를 누린다. ㅋㅋㅋ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TV없는 육아

TV를 아예 없애버릴 용기가 안난다면 대부분의 생활 공간인 거실에서 한번 치워보는것은 어떤지?

하지만 유혹에 넘어가기 쉽고 의지가 약하다고 생각된다면 우리처럼 과감하게 없애버리는것을 추천한다.

눈에 보이면 마음도 약해지기 마련이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도 있듯이, TV 없으면 없는대로 산다

육아에 있어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TV없는 육아, 한번 해보는건 어떤지?

 

그럼 행복한 육아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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