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습니다 #아동학대

갑작스런 방문

살다보니 정말 얼척없는 일이 다 생긴다.

어제 우체통을 열어보니 우리 동네 아동가정지원센터에서 직접 와서 우리집 우편함에 넣어 놓고 간 한통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내용은 아이에 대해서 물어볼 것이 있으니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꼭 전화를 해 달라는 짧은 내용이었다.

왔다 간 사람이 ‘학대대책 코디네이터’ 라는게 눈에 거슬렸다.

바로 전화를 했더니 누군가가 익명으로 우리 아들이 학대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많이 울고 엄마가 엄청나게 화를 내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왓?!?!?!?!

이제까지 살면서 들은 제일 황당한 말 TOP 1 일지도 모르겠다.

난 화를 못내는 장애가 있을 정도로 화를 내 본 적이 없고 아이에게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큰 목소리를 내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사실이 아닌데도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면담을 하러 기관에 오라는 상대의 말을 듣고 나는 하지도 않은 학대로 구지 내 시간을 낭비해가며 가야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기분 나쁨을 표현했다.

하지만 가지 않으면 해결이 안될 것 같은 상황이라 일단 다음날 오전, 그러니깐 오늘 오전에 면담 예약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남편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니 남편도 황당해했다.

 

나의 무관심에 대한 벌인가

사실 며칠 전 주말 오후에 옆 맨션에서 아이가 울고 어떤 엄마가 심하게 야단을 치는 소리가 열어둔 창문 넘어로 들려와서 신경이 쓰였던 적이 있다.

가끔 화를 내는 목소리가 들려오곤 했는데 그 날 따라 좀 심할 정도로 야단을 치고 있었다.

목소리로 봐서는 우리 아들보다는 좀 더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였다.

하지만 그 때 난 우리 아들과 있었고 좀 더 상황을 들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누군가 똑같은 상황을 듣고 우리집인줄 알고 신고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추측이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우리집이라고 확신하고 신고를 한거지???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때 그 소리를 듣고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은 벌을 받는건가….

생각하면 할수록 기운이 빠졌고 괜히 몸도 으실으실 아파와서 어제는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면담은 했지만 뭔가 찝찝함이 남는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을 뜨자마자 아… 오늘 면담 가야하지 라고 기억이 났고, 급 기분이 다운되었다.

면담은 고맙게도 남편도 시간을 내서 같이 가주기로 했다.

면담은 한 20분 정도로 끝났다.

알고보니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에도 연락이 가서 상처나 멍은 없는지, 위생상태는 괜찮은지, 학대를 받은 것 같은 증상은 없는지 등등 아이의 상태를 이미 확인한 상태였다.

확인한 결과 아이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당연하지…..

하지만 괜히 하지도 않은 일로 오명을 쓴 것도 모자라 아이의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까지 이런 이야기가 들어갔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아이에게 어떤 훈육을 하냐, 어떻게 야단을 치냐는 질문을 받았다.

우리는 혼내는 교육을 하지 않기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아이에게 큰 소리를 내는 경우는 없다 했더니 못 믿는 눈치인제 뭔가 못하게 할 때는 “하지마!” “No!” 등으로 말하냐며 구체적으로 쓰는 문구를 물어왔다.

어떻게든 내가 큰 소리를 치는 상황이 있지 않냐는 걸 유도하고 싶은 사람처럼 물어와서 짜증이 났다.

속으로 나는 생각했다. 난 화를 못내는 성격장애라고… 

일단 우리는 집에서는 일본어를 쓰지 않기 때문에 신고한 사람이 일본말로 야단 치는 것을 들었다면 그건 우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어느 언어인지는 구체적으로 신고되어 있는 않은 눈치였다.

일단은 더 이상 절차를 밟을 상황은 아니지만 한 달은 더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말과 함께 면담은 끝이났다.

상담하는 사람 쪽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해서 다행이라고 말을 해주었지만 나의 기분은 여전히 찝찝하고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이던 아니던 일단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시에 그런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나의 으쌰으쌰에 찬물 한 바가지

체벌에 무엇보다도 반대하는 입장이라 정말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 아들을 혼내는 일은 거의 없다.

이 블로그에도 혼내지 않고 아이와 갈등 해결하는 법, 떼쓰는 아이 억누르지 않고 대처하는 방법 등의 글을 올리면서 나도 실천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동학대의 누명(?)을 쓰게 되다니…. 기운이 쑥쑥 빠졌다.

혼내지 않고 아이와의 갈등 해결, 아이의 문제 해결 능력도 키워주자 #아이훈육

미운 두살 떼쓰는 아이 대처법 꿀팁 – 무조건 억누르면 아이 자존감 떨어진다 #미운두살 #미운세살 #자존감 #떼쓰는아이

내가 새로 구상하고 있는 사업 내용도 환경이 안되거나 학대 등으로 인해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환경을 제공해 주는 일과 관련된다.

그런데 내가 아동학대 가해자라니…

갑자기 의욕이 확 떨어지고 모든게 귀찮아졌다.

나의 으쌰으쌰에 누군가가 찬물을 휙 끼얹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어젯밤의 나의 기분은 그랬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생각을 고쳐먹으려고 노력중이다.

나는 어떤 일이든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고 믿고 그것을 긍정적인 이유로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다.

어쩌면 이번 사건도 내가 아동 학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하기 위해 일어난 건 아닐까?

내가 이 지역에서 하려고 하는 사업을 시작해서 오늘 면담한 사람들과 멀지 않은 미래에 인연이 되려는 건 아닐까?

그 때는 오늘의 일을 에피소드로 이야기 할 수 있겠지?

라고 또 한번 긍적적 사고를 해본다.

 

문제가 뭘까? 대처 방법은?

다른 집 사정에도 관심을 가져주고 걱정을 해주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좋게 생각하기로 하다가도 우리가 외국인이라 색안경을 끼고 보는건가라는 나쁜 쪽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놈이 신고한거야?? 라고 범인 찾기를 하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해봤자 도움도 안되는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우리 부모 세대, 아니 그 위 세대처럼 이웃 사촌이라는 개념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만약 이웃끼리 잘 알고 지낸다면 우리를 신고하는 일은 없었을테니…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고 이것저것 찾아보다보니 점점 아동학대 신고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행여나 학대를 하지 않았는데 신고를 당해도 크게 신경쓰지 말라는 어드바이스도 있었다.

남편과 면담을 하고 나오는데도 남편이 방금 올라온 뉴스라며 아동 학대 관련 뉴스를 알려줬다.

그만큼 우리 주위에 실제로 아동학대가 점점 늘고 있고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도 (절대 이유가 될 수 없지만!!!!) 아동학대가 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다.

이제는 아동학대가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주위에서 관심을 가지고 신고를 했다는 것은 무관심보다는 좋은 현상이겠지 라고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나도 내 일 아니니깐 신경쓰지 말자라는 생각은 버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겠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라는 말이 있다.

한 아이는 마을 전체가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우리 가족밖에 모르는 요새 같은 세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념이지만, 사회나 우리 주변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를 키우다보니 하지 않아도 될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또 한 단계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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